음식

가산동 현대아울렛 옆 돼지갈비 맛집 40년이 넘은 노포 풍년갈비

크과장 2024. 7. 22. 00:30

나는 돼지갈비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또 있으면 막상 잘 먹곤 한다.

그 달달구리한 갈비 소스의 맛이 가끔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가산동 현대아울렛을 종종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가끔씩 지나쳤던 가게가 있었다.

오늘따라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돼지갈비가 땡겼고, 이 가게가 생각나서 들어가보았다.

 

 

가게정보

풍년갈비

주소 : 금천구 디지털로 12길 33

영업시간 : 매일 11시 ~ 22시

전화번호 : 02-867-6515

주차 : 가능하나 협소

메뉴 : 돼지갈비, 소갈비, 삼겹살 등

 

 

가게 외관

가게 앞을 보면 간판부터 세월의 풍파를 느끼게 해준다.

단독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뭔가 세기말 사이버펑크 감성이 나는 수박색의 네온사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입구를 보면 빛바랜 메인간판, 그리고 그 아래에 다 닳아버린 금천구 모범업소 판이 눈에 띈다.

저 입구 간판에는 35년 전통이라 써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명함에는 40년 전통으로 업데이트가 되긴 했다.

 

계산대 쪽에 조리기능장 면허와 일간스포츠에 실린 기사 스크랩등이 있는데

조리기능장 면허가 1978에 취득한 종이이다. 사장님의 경력 하나는 반백년 되셨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주차는 옆에 협소하게 주차장이 있는데 볼때마다 만차인 것 같고, 도로 앞에 이면도로에 대충 주차를 하는 듯 싶다.

나는 이날 술을 마실 생각에 차는 끌고가지 않았다.

가산동 풍년갈비

 

 

가게 내부

가게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노포라는 느낌의 허름한 정도는 아니다. 그냥 오래 장사한 가게구나 라는 느낌 정도

전 좌석이 테이블인 듯 싶다. 좌식을 싫어하는 내 입장에서는 테이블이라 안심이었다.

 

들어가면 주방은 나름 오픈주방이긴 하고,

식사 하는 테이블 들은 다 안쪽으로 위치해 있어 시야가 특별히 거슬리진 않을 듯 싶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우측에 있는 실내로 안내를 받았다.

가산동 풍년갈비
가산동 풍년갈비

 

 

 

메뉴판

내부에 메뉴판이 한곳에만 있다. 근데 하필이면 반대편 벽에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글씨가 안보이진 않는다. 시력 1.0

좌석에도 메뉴판은 없다. 그래서 열심히 줌을 땡겨 사진을 찍었다.

 

소갈비는 미국산 35000원

돼지갈비는 국내산 16000원

 

대부분은 돼지갈비를 주문하시는 듯 했고,

옆자리에 앉으신 노부부는 갈비탕을 드셨다.

 

우리 테이블은 돼지갈비를 먹으러 왔으니

돼지갈비 3인분과, 된장찌개 대, 공기밥 2, 술 한병 요렇게 주문을 했다.

계산할 때 비용은 5.6만원이 나왔다.

 

영수증은 쿨하게 이면지에다가 글씨만 써주신다.

이것이 오래된 식당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닐까 싶다.

가산동 풍년갈비

 

가산동 풍년갈비

돼지갈비 상차림

상차림은 평범하지만 연륜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돼지갈비야 뭐 어딜가나 똑같은 비주얼이고, 단지 불판이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굵은 불판이다.

아마 예전 스타일 그대로 유지되는 듯 했다. 요즘 가게였으면 얄쌍한 굵기의 불판들을 썼을 것 같은데

암튼 불판에 그을음이 잘 생기는 건 단점인 듯 하다.

 

상추는 청상추인거 같았고, 오이고추 실한 녀석을 같이 내어주신다.

앞접시로는 잘게 채썰은 양배추를 특제 소스에 재어서 주시는데, 느끼함을 잡는데 탁월하다.

 

개인적으로는 미나리와 함께 무친 홍어무침이 인상이 깊었다.

미나리 향이 풍부하면서도 간이 강하지 않은 편이었다.

게다가 보통은 홍어가 한두점만 있기 마련인데, 꽤나 생선부위도 많이 주셨다.

사장님이 전라도 분인가 해서 나갈때 조리면허증을 슬쩍 봤는데, 경상도에서 발행한 면허증을 봐서는 아니신가 싶다.

가산동 풍년갈비
가산동 풍년갈비

 

 

숯불을 사용하는데, 화력이 꽤 강력한 편이고 양념된 돼지갈비이다보니 쉼없이 뒤집어줘야한다.

잠시 멍때리고 있으면 시커멓게 고기가 타버릴 수 있다.

훈제 느낌으로 익힌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고기를 굴려주었다.

 

잘 익은 돼지고기의 느낌은 달착지근한게 맛이 좋았다.

상추쌈과 양배추, 파절이, 마늘에, 쌈장까지 찍어먹으니 기가막힌다.

쌈장이 기존 쌈장을 단순히 내어주시는 건 아닌 듯 하고, 뭔가 특별한 손길이 들어간 듯 하다.

색깔과 맛이 시판 쌈장과는 다르다는게 느껴진다. 이것도 짬바아닐까 싶다.

 

된장찌개는 3000원이라는 부담없는 가격이었고,

맛을 보니 가게에서 파는 그 흔한 쌈장이 추가된 느낌의 된장찌개 맛이었다.

그래도 간이 세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고, 안에는 감자 애호박 고추 등 재료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같이 먹기에 좋았다.

 

 

가산동 풍년갈비

 

가산동 풍년갈비

 

 

마무리

갑자기 국지성 호우가 내려서 쫄딱 젖은 채로 식당에 들어갔었다.

점원분은 우산꽂이에 우산을 넣고 들어가라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안으로 갖고 들어가라고 다시 안내해주셨다.

그러시면서 지금 손님들은 우산을 안갖고 왔어라고 하시는 걸 보니

우산 도난을 걱정하셔서 배려해주신 것 같다.

 

또한 서빙을 하시면서 쫄딱 젖은 내 모습을 보시고는

주방에 갔다 나오시더니

마른 수건(고깃집에 가면 돌돌말린채로 손 닦으라고 나오는 물수건)을 주시면서 몸을 닦을때 쓰라고도 해 주셨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긴 한데, 사장님의 배려랄까 센스랄까

그 자그마한거 하나가

가게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기억남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배가 고파서 였을수도 있겠다만,

돼지갈비는 실망스럽지 않았고

밑반찬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부분들이

가게만의 특별함을 느끼게 해줘서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최소한

가게가 한 동네에서 몇십년을 살아남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구나

라고 납득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현대아울렛의 푸드코트에서도 식사를 종종하는데, 그곳의 깔끔함도 나쁘진 않지만

한 곳에서 오래 자리를 지킨 노포에서의 식사도 나름의 로망이 있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가끔씩 생각이 날 것 같은 돼지갈비 맛집 '풍년갈비'였다.